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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사업주의 예견가능성과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 문제-최은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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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2-27

본문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는 언제나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장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주가 모든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 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명확히 인지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최근 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한 사례다.

이 사건은 승강기설치공사업을 운영하는 한 회사의 직원이 공장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중 고정되지 않은 카운터 프레임이 직원의 머리위로 낙하하면서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사고였다.

중량물 취급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락·낙하 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하도록 하지 않았다. 또 작업 지휘자도 배치하지 않은 채 설치공사를 진행하게 했으며 이로 인하여 재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 공사는 재해자가 사업주의 명의를 이용하여 회사의 공식 승인 없이 승강기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할 시에는 사업주의 승인과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이번 계약은 재해자가 독단적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사업주는 계약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사업주를 조사했고,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안전조치가 미이행된 상태에서 안전상 위험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 및 위반죄 성립과 관련하여,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해 이뤄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7.3.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등).

사업주 측에서는 사업주가 공사계약 체결을 사고 발생 후에야 인지했기 때문에 이 사건 공사작업을 ①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할 것을 지시했거나 ②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됨을 알면서도 방치했거나 ③이에 대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으나 방치한 경우(미필적 고의) 중 어떠한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업주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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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측은 또 재해자가 팀 내의 소장의 지위로서 작업현장에서 작업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였는데도 작업 시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안전수칙 등을 지키지 않고 부적절한 작업방법을 선택하는 등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사업주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사업주가 해당 공사 계약 및 착공 사실을 알기 어려웠고, 가사 사고 발생 전 대금 입금 등의 사정으로 해당 공사 계약 체결 사실을 알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사업주가 해당 사업장에 방문해 현장을 검토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작업계획서 내용에 따라 작업지휘자를 배치할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재해자가 즉시 공사에 돌입할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사업주가 하루만에 작업계획서 및 작업지휘자 배치를 완료하지 못한 것을 두고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략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율하는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모든 사고를 사업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법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안전 조치와 이를 이행할 현실적 가능성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지향하는 바는 무조건적인 처벌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조치를 마련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방어적 법률 대응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안전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