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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출퇴근 재해 - 이기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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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7-05

본문

환경일보 지면을 빌어 지난 7월 1일에 발생한 시청역 교통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 전 서울시청역에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상해를 입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사망자들의 전부가 남성이었으며 사망자 중 4명이 30대, 그리고 40대 50대였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 보아도 모두들 짐작 가는 사정이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들은 전부 퇴근시간 중에 참변을 당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사고 발생시간은 밤 9시 26분경. 그냥 퇴근도 아니고 늦은 퇴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잠깐 사견을 이야기 하자면 이런 날벼락 같은 재해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과연 근로가 정말로 숭고한 것인가 라는 의문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팔다리를 손상시키고, 몸의 주요 장기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것도 근로이고, 심지어는 늦은시간 까지 회사에 있다가 집에는 잠만 자러가는 퇴근(이걸 퇴근이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길에 사망케하는 것도 근로이니, 근로가 숭고하다는 말보다 가슴아픈 슬픔이 있을까 싶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나마 다행히도 대한민국은 이번 교통사고와 같은 경우에도 피해자를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0.1.27, 2017.10.24, 2019.1.15>

1. 생략.
2. 생략.
3. 출퇴근 재해
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후략---

즉, 산재법은 근로자가 출퇴근 길에 사고를 당하였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사업자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으로 출퇴근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만 산재 인정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는 전부 산재로 인정 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흔히 납득할 수 있는 경로, 예를 들어 지도 어플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길 또는 혼히들 많이 가는 길로 이동 중이거나 자차, 자전거, 택시, 버스, 혹은 도보로 이동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전부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출퇴근 중에 잠깐 사적인 이유로 다른 용무를 본 경우, 예를 들어 따로 친구와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 경우 그 경로가 통상적인 출퇴근 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술집이 퇴근길 경로인 경우)라 하더라도 경로 이탈이 있다고 보아 그 이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퇴근 이후의 일정이 개인적인 용무가 아니라 회사의 업무의 연장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두35391 판결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중략---

[2] 갑 건설회사가 진행하는 아파트 신축공사의 안전관리팀 팀장인 을이 갑 회사가 개최한 목업(Mock-up) 품평회에 참석하여 2차 회식까지 마친 후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부딪쳐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은 사업주인 갑 회사의 중요한 행사로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품평회를 마치고 같은 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근로자가 퇴근 이후 술자리에 참석하였지만 그 술자리 모임이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회식을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며 술자리 이후에 퇴근길에 사고가 났다면 업무의 연장인 회식 이후 퇴근길에서 사고가 난 것이므로 출퇴근 재해로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안이 위 규정과 판례의 법리와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 회사 생활이라는 것은 회사라는 조직에 근로자라는 개인이 묶인 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들끼리 모인 퇴근 시간 후의 술자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많은 경우 업무상 필요로 인한 회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이번 사고의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위로가 되긴 어렵겠지만 보상의 측면에서라도 조금의 억울함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