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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근로복지공단이 지나친 과거 근무 이력, 법원이 주목해 ‘산재 인정’-배성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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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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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용접공 소음성 난청 "업무상 재해" … “객관적 자료 없다고 근무이력 부정해선 안 돼”

재해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때 4대보험 시행 전 근무이력에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지난달 24일 플랜트 용접공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자료 없는 근무이력 넘긴 근로복지공단
A씨는 1970년경부터 약 18년간 각종 플랜트건설현장에서 배관 용접공으로 일했다. 90년대무렵부터 현장관리직으로 근무했다. A씨 귀에 이상이 생긴 건 2019년 11월. 병원에서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고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A씨측은 1970년대부터 여러 사업장에서 용접 및 철구조물 제작 업무를 수행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 85데시벨 이상 소음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A씨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3년 이상 85데시벨 이상 소음에 노출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외파견 경력을 문제 삼았다. A씨는 1981년 4월경부터 1988년 10월까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해외파견자 특례규정 시행 전이라 해당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당시 소음 노출 이력을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해외파견 근무 외 사업장에선 소음노출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 자료 없는 70~80년대 근무이력 인정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가 산재보험법 예외 대상인 해외파견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공단 주장을 인정했지만 공단이 지나친 A씨의 근무이력에 주목했다.

김주완 판사는 1970~80년대 초 A씨가 해외파견 이전 사업장에서 경험한 소음노출 이력을 인정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시행 전이라 근무이력을 입증할 자료가 없었지만, 당시 근무이력을 토대로 또 다른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은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A씨는 2017년 12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만성 폐쇄성폐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연구소는 A씨가 23세였던 1970년경부터 약 18년간 플랜트건설현장에서 배관 용접작업을 하면서 각종 분진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법원 “추정 가능해”
김 판사는 “A씨는 1970년 10월부터 1981년 4월까지 용접공으로 근무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 85데시벨 이상 소음에 지속 노출됐다”고 인정했다. 근로 이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산재를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판사는 “공단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에서 A씨의 당시 근무이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체적 업무 내용, 소음 노출 정도 등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그 시기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이 시행되지 않았고 건강보험도 전 국민 적용 전이었으므로 근무이력이 기록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섣불리 이력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A씨가 근무할 당시 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기는 하다”면서도 공단이 A씨 해외파견 당시 소음 노출 수준을 유사 작업현장 소음 최댓값으로 추정한 점, 1970년대 작업장 소음 노출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짚었다.

A씨를 대리한 배성재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는 “소득 증명이 발급되지 않는 1983년 이전은 보통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근무이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노동자가 실제로 일했던 기간에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근무이력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